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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디션 보고

by 〈㎩㏛㎫σ╃ 2023. 2. 26.

(약간의 장면 묘사에 대한 까발림이 있으나, 다카시 감독의 강렬한 영상을 본 다면,
가볍게 웃어넘길 정도의 수준이니 안심하십시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독신으로 7년을 지냈다.
그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착한 아들 녀석이 있고,
괜찮은 수입을 안겨주는 작은 사업체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부쩍 아내의 빈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마침 영화사 간부인 친구 녀석이 새 영화의 오디션을 보는 김에
살짝 재혼 상대를 찾아보라는 제안을 한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어릴 적 아픈 기억이 있다.
의부에게 성적인 학대를 받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그래서 그녀의 사고방식은 살짝 비틀어져 있다.
뭐 많이는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조금만 이해하고 받아주면
그녀는 너무나 정상적인 아름다운 여성일 뿐이다. 너무나....
그녀의 사랑하는 방식은 약간 독특하다.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녀 이외엔 다른 사람과 말을 하거나
말을 듣거나 손을 잡는 행위 등을 하면 안 된다.
물론 그녀 곁을 떠나서는 더더욱 안된다. 왜냐고?
그것이 바로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의 표본이니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귀와 혀와 손가락과 발목이 절단당할 수도 있다.
그런 그와 그녀가 오디션을 통해 만나게 된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굉장히 영리한 장난꾸러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잘 요리할 줄 아는 감독...
'적어도 이때쯤엔 이런 장면이 먹혀들 거야.. 지금쯤은 넋 놓고 있겠지.. 맛 좀 봐라!'
하며 자유자재로 영화 속으로 관객을 몰입시킬 줄 아는 전략가이다.

잔잔하게 전개되는 전반부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후반부로
명백히 나누어지는 영화적 구성은 관객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의 악동적인 기질을 잘 알고 있을 테지만
놀랍게도 영화 [오디션]의 전반부는 전혀 [다카시]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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